구리 가격 전망 2027, 관세·황산이 밀어올리나

메리츠증권이 8월 6일 낸 철강·금속 산업 브리프의 각도가 흥미롭습니다. 요즘 구리 강세를 설명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AI·데이터센터 수요를 아예 빼고, 관세·황산·제련수수료(TC)만으로 구리 가격의 상방을 짚었습니다. 수요 서사가 아니라 공급·비용·정책 쪽에서 가격을 밀어올리는 힘 4가지를 정리한 리포트라, 결이 다른 시각으로 읽을 만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 네 갈래를 데이터로 나눠 보고, 국내 어떤 업종이 이 흐름과 맞닿아 있는지까지 정리했습니다. 투자의견은 업종 'Overweight'(비중확대)입니다.
먼저, 구리 가격은 지금 어디쯤인가
구리 가격은 이미 역사적 고점 근처입니다. LME(런던금속거래소) 구리 현물가는 2025년 초 톤당 9,000달러 수준에서 연말 13,000달러까지 올랐고, 7월 31일 기준 13,791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여기서 더 오를 여지를 본 겁니다. 근거가 하나가 아니라 넷이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이 이 리포트의 핵심입니다.

① 미국 관세: 프리미엄 3.35%가 15%로 벌어진다면
미국은 2025년 2월 무역확장법 232조로 구리 수입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반제품·파생제품엔 이미 50% 관세가 붙었지만, 정련동(전기동)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남아 있습니다. 상무부가 제안한 안은 2027년 1월 15%, 2028년 1월 30% 단계적 관세입니다. 아직 확정은 아닙니다.
문제는 '확정이 아니라는 것' 자체가 가격을 밀어올린다는 점입니다. 관세가 붙기 전에 미리 미국으로 실어 나르려는 선수요가 붙기 때문입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7월 31일 COMEX(미국) 구리 현물가는 LME 대비 프리미엄이 3.35%(톤당 463달러)였는데, 제안된 15% 관세가 실제로 적용되면 이 격차가 약 11.65%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관세가 미국 안쪽의 가격을 구조적으로 높게 고정한다는 뜻입니다.
② 황산 대란: 두 전쟁이 구리 원가를 흔든다
두 번째 경로가 이 리포트에서 가장 낯선 대목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이 황산 가격을 끌어올려, 구리 생산비용을 밀어올린다는 논리입니다.
황산은 구리 제련의 부산물이면서, 동시에 구리 생산의 원재료입니다. 산화광을 황산으로 녹여 전기동을 만드는 습식제련(SX-EW) 공정이 대표적인데, 여기서 황산은 대체 불가능한 핵심 투입재입니다. 메리츠증권은 이 SX-EW 공정이 글로벌 구리 생산의 약 17%를 차지한다고 봤습니다. 황산값이 오르면 세계 구리 생산의 17%가 원가 압박을 받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황 공급이 전쟁으로 훼손됐습니다. 러시아는 2025년 11월 산업용 황 수출을 금지하고 2026년 6월 이를 연말까지 연장했고, 중국은 2026년 5월 산업용 황산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의 황산 수출은 2025년 연간 465만톤에서 2026년 1분기 52.8만톤, 2분기 25.6만톤으로 줄었고, 6월엔 0.1만톤으로 거의 끊겼습니다.

과거 어느 시장에서 온 것일까요. 과거 2018~2019년, 2021~2022년 황산 사이클이 주로 중국 제련소 가동률 변화 때문이었다면, 이번은 전쟁발 수출통제라는 처음 보는 유형입니다. 메리츠증권은 통제 해제 조건이 단기간에 충족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③ 제련소 감산 카드: 금·은이 빠지면 드러나는 적자
세 번째는 제련소 쪽 이야기입니다. TC/RC(제련·정련수수료)는 제련소가 광산에서 정광을 살 때 시장가격 대비 '할인받는 금액'인데, 올해 구리 정광의 벤치마크 TC는 0달러, 스팟 TC는 -120달러 수준입니다. 마이너스라는 건, 제련소가 오히려 웃돈을 주고 정광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구리를 만들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도 상반기까지 가동률이 유지된 건, 금·은·황산 같은 부산물에서 돈을 벌었기 때문입니다.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제련업계는 마이너스 TC에도 10년 내 최고 이익을 냈고, 국내 LS MnM도 올해 1분기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본업(제련)은 적자여도 부산물로 버티는 기형적 균형인 셈입니다.
이 균형의 전제가 금·은 가격입니다. 귀금속이 정체하거나 조정되면 제련소는 다시 손익분기 아래로 내려가고, 비용관리를 위해 가동률을 낮춥니다. 실제로 중국 제련소 연합(CSPT)은 2025년 11월 회의에서 2026년 제련능력 10% 이상 감축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제련소가 줄이면 정련동 공급이 줄고, 이는 다시 구리 가격을 떠받칩니다.
④ 2027 벤치마크 TC 협상: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
네 번째는 통계적 접근입니다. 매년 연말 대형 광산업체와 중국 제련소는 이듬해 정광 거래를 위한 벤치마크 TC를 협상하는데, 이 벤치마크는 그 해의 스팟 TC를 후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24년 스팟 TC가 급락하자 2025년 벤치마크가 20달러로 떨어졌고, 이후 구리는 2025년 연초 9,000달러에서 연말 13,000달러로 급등했습니다. 지금은 스팟 TC가 -120달러를 밑돌며 역대 저점을 경신 중이라, 연말 협상에서 2027년 벤치마크가 다시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메리츠증권 집계로 2007~2026년 벤치마크 TC가 전년 대비 하락한 해는 12번이었고, 그중 10번(83.3%) 구리 가격이 연초보다 연말에 올랐습니다. 특히 하락폭이 컸던 2010·2020·2025년엔 급등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는 과거 통계일 뿐 미래를 보장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국내 어떤 업종이 맞닿아 있나
리포트는 수혜의 범위를 넓게 봐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크게 두 갈래입니다.
첫째, 구리 가격 상승이 이익으로 잡히는 메탈게인·부산물형 업체입니다. 리포트는 풍산·대한전선처럼 구리 재고 평가이익이 실적에 반영되는 유형, 그리고 LS MnM 같은 제련소가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둘째, 관세 장벽 안쪽에 설비나 재고를 둔 업체입니다. 관세가 미국 내 가격 프리미엄을 구조화하는 변수인 만큼, 미국 안에서 구리 또는 전선 같은 구리 가공품을 생산·보관하는 설비와 재고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종목 각각의 실적은 구리값 외에도 환율·판가·물량·개별 사업 구조에 따라 달라집니다. 업종 방향과 개별 종목의 손익은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예상 질문
Q. 구리 가격이 오르면 구리 관련주는 무조건 오르나요?
A. 그렇게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구리값 상승은 메탈게인·부산물형 업체엔 이익 요인이지만, 구리를 원재료로 사는 가공업체엔 원가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같은 '구리 테마'라도 손익 방향이 반대일 수 있어, 업체별 사업 구조를 확인해야 합니다.
Q. 2027년 15% 관세는 확정된 건가요?
A. 아닙니다. 정련동에 대한 15%(2027년)·30%(2028년) 관세는 미 상무부가 제안한 단계적 안이며, 대통령 최종 결정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다만 확정 전에도 선수요가 붙어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게 리포트의 관점입니다.
정리
이번 리포트는 구리 강세를 수요(AI·데이터센터)가 아니라 관세·황산·제련소·TC라는 공급·비용·정책 변수로 설명했습니다. 관세와 연말 협상은 단기 가격을, 광산·제련발 공급차질은 중기 수급을 조인다는 구도입니다.
다음 체크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연말로 향하는 2027년 벤치마크 TC 협상, 다른 하나는 금·은 가격 흐름입니다. 귀금속이 흔들리면 제련소 감산 논의가 다시 불거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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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font-size:14px;margin-top:24px;">⚠️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인용한 전망·수치는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2026.8.6) 리포트를 바탕으로 재정리한 것으로 실제와 다를 수 있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